건축·인테리어 PM 실무 2: Planning
지난 편에서는 계약 직후, 말과 문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Initiate 단계를 다뤘다. 이번 편은 그다음 이야기다. 이 시기의 프로젝트는 아직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도면도, 시공사도, 확정된 예산도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시기에 프로젝트의 뼈대가 세워진다고 생각한다.
Planning 단계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의 기초를 다지고, 기대치를 정리하고, 세부 사항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Planning 단계에서 컨설턴트를 잘못 선정하거나, 예산 기준선을 허술하게 잡거나, 변경 관리 프로세스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그 대가는 지금이 아니라 시공 단계에서 몇 배로 돌아온다. 이 단계가 화려해 보이지 않는데도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조: 이 곡선은 실제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근거가 있는 개념입니다. 2005년 AIA(미국건축가협회) 전국 컨벤션에서 발표한 뒤 Integrated Project Delivery(IPD) 위원회 구성으로까지 이어진 개념으로, 초기 단계에 노력을 집중할수록 총비용과 초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핵심 논지는 전통적인 설계-입찰-시공 방식에서는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설계 변경 비용은 올라가고, 반대로 그 변경이 실제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Patrick MacLeamyJoin
Before
Initiate 단계가 “계약과 현실을 맞춰보는” 시간이었다면, Planning 단계는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실제로 작동하는 관리 체계를 만드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팀이 각자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프로젝트의 모습을, 이제는 문서와 기준으로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이 단계를 얼마나 꼼꼼히 다지느냐에 따라, 이후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마주할 변수의 개수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Plan
이 시기의 업무는 크게 네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1. 킥오프와 기준 문서 수립
내부 킥오프 미팅으로 시작해, 클라이언트와의 킥오프 미팅에서 프로젝트 범위와 목표를 정의한다. 이후 프로젝트 실행 계획(Project Execution Plan), 안전 관리 계획(Safety Plan), 폐기물 관리 계획(Waste Management Plan)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업데이트해나간다. 이 문서들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내내 살아있는 문서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2. 일정·예산·리스크 체계 구축
변경 관리(Variation Order)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컨설턴트 일정과 조달 일정을 포함한 마스터 스케줄을 정리해 업데이트한다. 마스터 예산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갱신하고, 클라이언트가 목표로 하고 있는 친환경,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관련 목표와 정보도 함께 정리한다. 여기에 더해 리스크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이 단계의 중요한 축이다.
3. 컨설턴트 선정 및 조달
컨설턴트 후보군을 검토(Long list, Short list)해 클라이언트 승인을 받고, 실제 조달 절차(범위 정의, RFP 등)를 진행한다. 클라이언트가 선호하거나 직접 지정하는 벤더가 있다면 이를 확인하고 실행 계획서(PEP)에 반영해 조율한다. 최종 추천안을 정리해 클라이언트 검토와 승인을 받은 뒤, 컨설턴트팀과 별도의 킥오프 미팅을 갖는다.
4. 행정 마무리와 승인
개략 예산을 준비하거나 컨설턴트가 준비하도록 관리하고, 기존 시설에 대한 문서를 검토하며 필요시 건물 관리 사무소와 미팅을 진행한다. 수령한 인보이스를 검토해 결제 승인서를 준비하고, Planning 단계 완료에 대한 클라이언트 승인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RFP와 PEP에서 도출된 프로젝트 기준 정보를 baseline으로 잡아 반영하고, 승인된 문서들을 팀 전체와 공유하는 것으로 이 단계는 마무리된다.

Task info
Planning 단계에서 PM이 챙기게 되는 핵심 문서는 다음과 같다. (붉은색은 특히 권장되는 핵심 문서다.)
- 프로젝트 실행 계획서 (Project Execution Plan)
- 프로젝트 안전 계획서 (Project Safety Plan)
- 폐기물 관리 계획서 (Waste Management Plan)
- 갱신된 마스터 일정 및 예산 (Updated Master Schedule and Budget)
- 지속가능성 트래커 업데이트 (Sustainability Tracker Update)
- 리스크 관리 계획서 (Risk Management Plan)
- 컨설턴트 제안요청서 (Consultants RFP)
💬 실무 노트
Planning 단계에서는 몇 가지 상황이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고 생각한다.
- 컨설턴트 선정을 둘러싼 이견: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벤더와 PM팀이 검토한 후보군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각 후보의 강점과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정리해 제시하는 편이 합의를 끌어내기에 수월하다고 본다.
- 마스터 일정·예산의 재조정: Initiate 단계에서 잡아둔 추정치가, 실제 컨설턴트 조달과 세부 계획을 거치며 다시 조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시점의 숫자가 이후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기준선이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 변경 관리 프로세스의 조기 수립: Variation Order 프로세스를 이 단계에서 미리 합의해두지 않으면, 이후 설계 변경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두고 소모적인 논의가 이어지기 쉽다. 가능한 한 이 단계에서 명확히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Planning 단계와 Initiate 단계는 어떻게 다른가?
Initiate 단계가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실행 체계로 전환하는 준비 과정이라면, Planning 단계는 실제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기준 문서와 관리 체계를 만드는 단계라고 구분할 수 있다.
Q2. 컨설턴트는 이 단계에서 확정되나?
대체로 그렇다. 후보군 검토부터 RFP, 최종 추천안 승인까지 이 단계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Q3. Planning 단계 다음은 무엇인가?
이 단계가 끝나면 보통 본격적인 설계 진행 및 조율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편에서 이어가 보고자 한다.
Postscript
Planning 단계는 화려한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세워둔 기준 문서와 관리 체계가 이후 프로젝트 전체를 지탱한다는 것을,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컨설턴트 선정과 변경 관리 프로세스는 초반에 시간을 들여 촘촘히 다져둘수록, 뒤로 갈수록 그 값어치를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Planning 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